초봄 숲에서 떠오른 태양(병인)과 초가을 높은 하늘의 태양(병신)은 하늘에 해가 둘인 조합이에요. 타고난 성향이 같은 태양이라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같은 편이고, 배우자 자리의 호랑이(인)와 원숭이(신)는 마주 부딪히는 자리(인신충)에 놓여요. 밝기가 닮아서 말은 빨리 통하는데, 한쪽은 숲에서 생각을 키우고 한쪽은 쇠 앞에서 기회를 계산해서 발걸음의 방향이 갈라져요.
만나면 끌리는 점
같은 태양이라 처음 만나면 템포가 꽤 비슷해요. ‘우리 주말에 갈까?’ 하면 ‘어디?’ 하고 되묻는 대신 ‘몇 시?’가 돌아오고, 한쪽이 환하게 웃으면 다른 쪽도 같은 온도로 따라 웃어요. 같은 속도로 걷는 사이라 마음을 풀어서 설명해 줄 일이 적고, 둘 다 앞에 서는 태양이라 같이 있으면 자리가 금방 밝아져요.
배우자 자리에서는 숲의 호랑이와 쇠 앞의 원숭이가 서로 모자란 곳을 채워 줘요. 병인이 병신 곁에 있으면 막연하던 구상이 가격과 날짜가 붙은 계획으로 바뀌고, 기회를 좇아 달리던 병신도 병인의 숲에서는 숨을 고르고 배울 거리를 하나 더 얻어 가요.
부딪히기 쉬운 점
숲의 호랑이와 쇠 앞의 원숭이가 마주 보는 이 자리 때문에 두 사람의 걸음은 자주 엇갈려요. 병인은 한번 마음이 간 것을 깊이 살펴보고 싶어 하고, 병신은 새로 눈에 띈 제안으로 바로 갈아타 보고 싶어 해요. 금요일 밤에 병신이 ‘전시 말고 당일치기 여행 어때?’ 하고 계획을 뒤집으면, 후기를 읽으며 전시를 기다려 온 병인은 속도를 못 맞춘 채 ‘좋아’라고만 답하게 돼요.
같은 태양끼리라 서로의 그늘을 놓치기도 쉬워요. 병신은 다툰 뒤 한 시간쯤 지나 ‘저녁 뭐 먹을까?’ 하고 화제를 바꾸는데, 병인은 그때 막 마음속에서 방금 대화를 되감아 보는 중이에요. 병신에게는 이미 끝난 일이고 병인에게는 아직 안 끝난 일이라,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라 걸음의 속도가 달라서 서운함이 남아요. 병인이 일정을 가득 채워 괜찮은 척하면 병신은 정말 괜찮은 줄 알고 더 밝게 다가가요.
연애할 때
연애에서 병신은 익숙한 코스보다 퇴근길에 던지는 뜻밖의 제안에 마음이 살아나는 쪽이고, 병인은 그 제안을 반기며 일정을 바꿔 주는 쪽이에요. 병신이 병인의 일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그 발표 진짜 좋았어’ 하고 짚어 주면, 병인은 그 한 줄을 오래 꺼내 보며 다음 일에 한결 자신 있게 나서요. 서로의 장점을 알아보는 눈이 빠른 연애예요.
병신의 평가하는 눈과 병인의 믿고 싶은 마음이 어긋나는 날도 있어요. 병신이 병인의 계획을 보고 ‘이 부분은 수익이 안 나겠는데’ 하고 계산부터 하면, 병인은 응원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말수를 줄이고 일정만 늘려 가요. 병신이 계산 전에 ‘하고 싶은 이유가 뭐야?’를 먼저 묻고 병인이 ‘응원이 먼저 필요해’라고 한 줄 알려 주는 날이 늘수록, 두 태양이 서로의 빛을 가리지 않아요.
결혼하면
같이 살면 집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되기 쉬워요. 병신이 ‘주말에 친구들 불러도 돼?’ 하고 즉흥으로 판을 벌이면, 병인은 손님의 이야기를 길게 들어 주며 자리를 데워요. 다만 둘 다 앞에 서는 태양이라 손님 앞에서 분위기를 이끄는 순서가 겹치거나, 모임이 끝난 뒤 뒷정리를 서로 미루게 되기도 해요. 초대와 일정은 병신이 열고 손님과의 긴 이야기는 병인이 맡되 뒷정리는 번갈아 하기로 정해 두면, 호랑이와 원숭이가 같은 무대를 두고 다툴 일이 줄어요.
헤어진 뒤 다시 만난다면
다시 마주 앉는 자리에서 분위기를 먼저 밝게 만드는 쪽은 병신이에요. 근황과 새 계획을 쏟아 내는 병신 앞에서, 병인은 이별 때 못 꺼낸 이야기가 아직 목까지 차 있는 채로 웃게 될 수 있어요.
다시 만난 첫 자리의 숙제는 속도 이야기를 먼저 꺼내 두는 거예요. 병신이 ‘그때 나는 금방 털었는데 너는 아니었지’ 하고 인정해 주면, 병인은 괜찮은 척 채웠던 일정 대신 속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요. 다른 화제로 넘어가기 전에 병신이 병인에게 ‘이 얘기를 더 하고 싶어?’ 하고 묻고, 병인도 마음이 정리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알려 주면 서로의 템포를 맞춰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