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 언 땅에 뿌리를 붙든 풀꽃(을축)과 늦여름 열기를 머금은 등불(정미)은 나무가 불을 키우는 사이예요. 풀꽃이 등불의 심지를 받쳐 주는 그림이라 서로 챙기고 싶은 마음이 처음부터 크고, 다만 배우자 자리의 소(축)와 양(미) 사이에는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힘(축미충)이 걸려 있어요. 둘 다 말보다 행동으로 챙기는 사람이라 챙김이 맞물릴 땐 따뜻하고, 박자가 어긋나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운해하는 조합이에요.
만나면 끌리는 점
정미에게 을축은 생각의 폭을 넓혀 주는 사람이에요. 정미가 말없이 삼키던 걱정도 을축이 건네는 차분한 한마디 앞에서는 정리되는 걸 느껴요. 을축에게 정미는 정성껏 챙겨 주고 싶은 사람이라, 정미가 조용히 켜 두는 불빛 곁에서는 풀꽃도 긴장이 풀려 정미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알아채 건네고 싶어져요.
배우자 자리에서도 서로의 하루를 챙기는 마음이 이어져요. 을축은 정미가 피곤해 보이는 날 따로 묻지 않고 약속 장소를 정미 집 쪽으로 옮겨 놓는 식으로 먼저 움직여 길을 터 주고, 정미는 을축의 현실적인 구석까지 살뜰히 돌봐요. 두 사람 모두 상대의 현실을 챙기는 쪽이라 서로의 하루가 소리 없이 가벼워져요.
부딪히기 쉬운 점
부딪히는 자리는 늦여름 흙(미)의 뜨거운 기운이 아직 늦겨울 흙(축)까지 닿지 않는 모양이에요. 정미가 건넨 챙김이 을축에게 도착하는 속도와 을축이 건넨 챙김이 정미에게 도착하는 속도가 달라서, 서로 마음을 쓰고도 ‘나만 챙기나’ 싶은 순간이 생겨요. 을축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걸 챙기고 정미는 마음이 먼저 닿는 걸 챙겨서, 같은 선물을 두고도 하나는 쓸모를 보고 하나는 기억을 봐요.
서운함을 알리는 방식도 달라요. 정미는 말 대신 매일 하던 안부 한 줄이나 퇴근길에 챙겨 오던 간식을 말없이 거르는 것으로 마음을 보여 주고, 을축은 서운함보다 ‘무슨 일이 생겼나’를 먼저 살피는 사람이라 줄어든 걸 알아채고도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넘기기 쉬워요. 정미는 알아봐 주길 기다리며 속으로 타들어 가고, 을축은 그 기다림을 모른 채 혼자 약속을 굴리다 조용히 지쳐요. 서로를 챙기는 사람끼리라서 서운함도 서로 몰래 쌓이는 모양이에요.
연애할 때
연애에서 정미는 설명 없이 필요한 걸 먼저 놓아 두는 사람이에요. 을축이 목이 칼칼하다고 흘리면 다음 날 따뜻한 유자차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식이에요. 을축은 그런 마음을 말보다 실제 도움으로 돌려주는 사람이라, 정미가 바쁜 주에는 이동 시간이 짧은 장소를 미리 잡아 두는 식으로 보답해요. 돌보는 마음이 먼저 나오는 정미와 앞장서 길을 터 주는 을축이라서, 돌보는 손과 이끄는 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연애예요.
갈림길은 챙김이 줄어든 주예요. 정미는 알아줄 때까지 말없이 기다리고 을축은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지나가면 둘 다 ‘내가 더 챙겼는데’ 하는 마음이 따로 쌓여요. 을축이 줄어든 걸 알아채는 순간 ‘요즘 간식이 안 보이네, 내가 놓친 게 있어?’ 하고 사정이 아니라 마음을 먼저 물으면 정미의 불이 다시 환해지고, 정미도 ‘이번 주는 좀 서운했어’ 한마디를 먼저 꺼내 주면 을축이 헛짚던 시간이 줄어요.
결혼하면
같이 살면 정미는 계절이 바뀔 때 옷을 정리하고 가까운 사람들의 안부를 먼저 챙기는 식으로 집의 결을 돌보고, 을축은 달력과 공과금, 약속처럼 집이 굴러가는 틀을 맡아요. 이렇게 영역이 나뉘면 각자 맡은 쪽은 큰 소란 없이 돌아가기 쉬워요.
다만 두 사람 다 말없이 하는 편이라 누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지나가기 쉬워요. 가끔 ‘이번 달에 네가 한 일 중에 제일 고마운 거’를 서로 한 가지씩 말해 주기로 해 두면 소리 없던 챙김이 비로소 눈에 보여요. 집안 행사처럼 날짜가 밀리기 쉬운 때에는 부딪히는 자리의 어긋남이 겹치니, 이 습관이 두 사람 사이의 완충재가 돼요.
헤어진 뒤 다시 만난다면
다시 만난다면 을축이 소식을 먼저 알아채고 정미에게 필요한 걸 조용히 보내는 모습이 그려져요. 정미는 그 마음이 반가워도 ‘이번에는 알아봐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바로 풀리지는 않아요.
이별의 이유가 줄어든 챙김을 서로 다르게 읽은 거였다면, 정미의 간식이나 안부가 다시 생기는 날이 마음이 풀리는 신호라는 걸 을축이 알아채 주는 것부터 시작이에요. 그 신호를 보고 을축이 ‘다시 챙겨 줘서 고마워, 그동안 서운했지?’ 하고 구체적으로 짚어 주면, 등불이 심지를 받쳐 줄 풀꽃 곁에서 다시 편하게 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