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볕에 고개를 든 풀꽃(을사)이 초가을 벼랑 끝에 솟은 바위(경신) 곁에 서면, 바위 그늘에 기대 바람을 피하는 풀꽃의 그림이 돼요. 타고난 성향에서는 서로 끌어당겨 묶이는 힘(을경합)이, 배우자 자리에서는 뱀(사)과 원숭이(신)가 짝을 이루는 힘(사신합)이 걸려서 위아래가 함께 이어져 있어요. 말을 골라 부드럽게 건네는 사람과 결단이 빠른 사람의 만남이라 끌림은 크고, 두 사람 모두 자기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아서 말이 길어지는 날이 가장 큰 고비예요.
만나면 끌리는 점
을사에게 경신은 믿고 기댈 기준이 되는 사람이라, 망설임 없이 정하고 혼자서도 단단히 서 있는 경신 곁에서 을사는 바위 그늘 같은 안심을 느껴요. 경신에게 을사는 아끼며 챙기고 싶은 사람이라, 경신은 말을 골라 부드럽게 건네는 을사 앞에서만큼은 단단한 표정을 풀고 챙길 것부터 눈에 들어와요.
을사는 배우자 자리에서도 경신에게 기대는 쪽이고, 경신은 을사 곁에서 자신을 다잡는 긴장도 느껴요. 을사에게는 경신의 원숭이(신)가 한 번 더 기대게 되는 자리라서 위아래 모두 기댈 곳이 되고, 경신에게는 을사의 뱀(사)이 불로 달궈 단단하게 벼리는 긴장감이 되어서 을사의 빠른 불 앞에서 무뎌지지 않고 오히려 선명해져요. 즉흥적인 을사의 제안에 결단이 빠른 경신이 ‘그럼 이것부터 하자’ 하고 순서를 잡아 주면 하루가 의외로 매끄럽게 풀리는 날이 많아요.
부딪히기 쉬운 점
부딪히는 곳은 속도와 말의 양이에요. 을사는 속에 있는 말이 겉으로 잘 나오는 사람이라, 가벼운 농담이 경신에게 진지한 말로 들어가 버리면 수습하려고 설명을 덧붙이는데 그 설명이 오히려 마음과 다르게 날카롭게 들려요. 경신은 그 말을 정면으로 받아 ‘그게 무슨 뜻이야’ 하고 되묻고, 풀꽃이 말을 보탤수록 바위는 결론을 굳혀서 짧은 오해가 긴 대화가 돼요.
경신은 배우자 자리에 나란히 서는 동료가 앉아 있는 사람이라, 맞서는 순간에는 시시비비를 끝까지 가리고 누가 앞장설지도 분명히 하려 해요. 거기에 을사의 빠른 불이 자신을 몰아붙인다고 느끼면 경신은 더 단단해져요. 이럴 때 을사가 말을 한 줄 더 얹기보다 숨을 한 번 고르면, 경신도 결론을 굳히던 속도를 한 박자 늦출 틈이 생길 수 있어요.
연애할 때
데이트 중에 을사가 뜻밖의 골목 가게를 발견해 ‘여기 들어가 보자’ 하고 계획을 바꾸면, 경신은 잠깐 지도를 보다가 원숭이처럼 빠르게 동선을 다시 짜서 ‘좋아, 대신 두 시간만’ 하고 결단을 내려 줘요. 계획한 코스는 흐려져도 골목에서 나눈 이야기만 오래 남는 연애이고, 각자의 일정을 건드리지 않는 경신의 태도가 을사에게 편안해요. 을사는 그날 나눈 농담과 장면을 며칠 뒤에도 꺼내 웃고, 경신은 그 얘기를 들으며 말없이 다음 약속을 먼저 잡아요.
다툼이 생기면 을사는 부드러운 말로 돌려 설득하려 하고 경신은 직설로 결론부터 내려 해요. 첫마디를 ‘누가 틀렸는지’ 대신 ‘어느 부분이 걸렸는지’로 시작하면 서로 방어할 일이 줄어요. 경신에게는 말을 고르는 을사의 시간이, 을사에게는 곧바로 결론을 내리는 경신의 속도가 낯설어서, 서로 한 번씩 속도를 양보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결혼하면
한 공간에서 지내면 경신은 계약이나 집 정리처럼 결단이 필요한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을사는 집 안 분위기를 바꾸는 작은 아이디어를 내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점이 장점이지만, 집안일 분담에서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순간 경신 안의 겨루는 마음이 올라와요. 요일별로 맡는 일을 정해 두면 그때그때 이끄는 사람을 가릴 필요가 줄어요. 을사가 바꾸고 싶은 칸과 경신이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칸을 처음에 한 번 나눠 말해 두면, 쇠와 풀꽃이 같은 집에서 부딪히지 않고 각자 편해져요.
헤어진 뒤 다시 만난다면
이별 뒤에 마주 앉아도 위아래로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은 남아 있어요. 다만 마지막 다툼에서 누가 먼저 물러서지 않았는지가 제일 먼저 떠올라서, 첫 만남의 어색함은 안부보다 그 장면에서 시작되기 쉬워요.
이번에는 을사가 말을 보태기 전에 숨을 고르고, 경신이 결론을 내리기 전에 ‘들어볼게’ 한마디를 먼저 꺼내는 순서로 시작하면 같은 장면이 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