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갑자)가 한여름 정오, 제일 높이 뜬 태양(병오)에게 힘을 보태 주는 그림이에요. 나무가 불을 키우는 사이라 갑자의 힘이 병오 쪽으로 흘러가는데, 발밑의 쥐(자)와 말(오)은 물과 불로 정면에서 만나는 자리(자오충)에 놓여요. 위에서는 키워 주고 아래에서는 부딪히는 구조라서, 따뜻함과 피로가 번갈아 오는 온도 차가 눈에 띄는 조합이에요.
만나면 끌리는 점
갑자에게 병오는 정성껏 챙겨 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갑자는 병오가 환하게 웃는 날 그 빛이 내 덕분이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뿌듯해하고, 병오의 이야기라면 장작을 얹듯 시간을 내줘요. 병오에게 갑자는 생각의 폭을 넓혀 주는 사람이라, 들떠서 달리다가도 갑자와 마주 앉으면 속도가 한 칸 내려가면서 하려던 말이 정리돼요.
배우자 자리로 내려가면 병오 곁에서 갑자의 묵혀 둔 속마음에 불이 붙어요. 한낮처럼 환한 병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아껴 두던 얘기가 ‘나도 사실은…’ 하고 먼저 입 밖으로 나와요. 병오는 갑자 곁에서 달아오른 마음이 차분히 눌려서, 화를 내다가도 물가 그늘에 앉은 듯 열이 빨리 내려가요.
부딪히기 쉬운 점
갑자의 발밑 물(자)과 병오의 발밑 불(오)이 정면으로 만나는 자리라서, 감정을 다루는 속도부터 달라요. 병오는 기분이 얼굴에 먼저 나타나고 쏟아낸 뒤에는 훌훌 털어 낸 듯 보이는데, 갑자는 서운함을 한참 쌓은 뒤에 꺼내서 같은 사건이 병오에게는 지나간 일, 갑자에게는 이제 시작된 일이 돼요. 병오가 ‘이미 풀었잖아’ 하고 지나가려 할 때 갑자는 ‘나는 아직인데’ 하는 말을 삼키게 돼요.
한낮에 불이 하나 더 겹쳐 타는 병오는 말다툼이 붙으면 감정이 정리되기 전에 말이 먼저 나가고, 한참 뒤에야 혼자 열을 식혀요. 병오는 상대와 나란히 달리다 대화가 이기고 지는 일처럼 흘러가면 금세 지치는 사람이기도 해요. 열이 오른 순간에 ‘십 분만 쉬었다 이어서 말하자’ 하고 시간을 약속해 두면, 갑자는 말을 잃지 않고 병오는 열을 식힐 틈을 얻어요.
연애할 때
연애에서 병오는 마주 앉은 사람이 생기 있게 이야기를 풀어 줄 때 신이 나고, 갑자는 기대어 쉴 곳을 바라서 자기 얘기를 끝까지 들어 줄 사람을 찾아요. 처음엔 서로 상대가 바라는 걸 못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병오가 약속 날 먼저 ‘오늘 있었던 일부터 얘기해 봐’ 하고 판을 깔아 주면 갑자가 뜸 들이던 이야기를 풀어 놓고 병오가 환한 리액션으로 받아 줘요.
어려운 건 갑자가 지쳐 있는 날이에요. 장작을 대는 쪽인 갑자는 즐거워서 맞춰 주다가도 어느 순간 ‘나는 계속 받쳐 주기만 하네’ 하는 피로가 쌓여요. 갑자가 쌓아 두지 않고 ‘오늘은 조용히 있고 싶어’ 하고 먼저 말해 두면 병오는 서운해하기보다 불을 낮춰 주고, 병오가 갑자에게 쉬고 싶은 방식을 묻고 그에 맞춰 코스를 준비하는 날을 만들면, 갑자도 챙김을 받는 쪽에 설 수 있어요.
결혼하면
같이 살면 병오는 집 안 분위기를 환하게 켜는 사람이고, 갑자는 그 불을 계속 살려 두려고 조용히 땔감을 대는 사람이 돼요. 주말 아침 병오가 ‘나가자’ 하고 일어서면 갑자는 한 박자 늦게 따라나서면서도, 돌아오는 길에는 병오의 신난 얼굴 덕에 같이 즐거워져요.
문제는 병오의 열이 식은 뒤의 뒷일이에요. 들떠서 정한 약속이 병오에게는 이미 끝난 결정이어도 갑자에게는 수습을 맡은 일이 되기 쉬워서, 큰 약속은 한 번 식힌 뒤에 ‘다시 얘기해 볼까’ 하고 확정하는 순서가 좋아요. 부딪히는 자리 때문에 이사나 이직처럼 일상의 리듬이 바뀌는 때에는 한낮의 불이 물가까지 번질 수 있으니, 서로의 컨디션을 먼저 묻는 날을 정해 두면 부드러워요.
헤어진 뒤 다시 만난다면
다시 만난다면 열이 식은 병오가 먼저 연락하는 쪽이 자연스러워요. 병오는 말다툼 뒤 혼자 열을 식히다 자기가 쏟은 말을 돌아보는 시간이 오는 사람이라, 한참 지난 뒤 ‘그때 내 말투가 거칠었어’ 하고 먼저 입을 열 수 있어요.
갑자는 그 한마디에 쌓아 둔 서운함이 풀리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쏟으면 병오가 당황하니 ‘그때 제일 걸렸던 건 이거 하나야’ 하고 한 가지씩 꺼내는 쪽이 좋아요. 나무가 불을 돕는 힘이 살아 있는 사이라서, 갑자의 서운함이 제때 나오기 시작하면 두 번째 시작은 첫 번째보다 한결 덜 지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