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강가에 우뚝 선 큰 나무(갑자)와 한낮 볕에 달아오른 바위(경오)가 마주 서면, 뿌리 쪽 찬 기운과 바위 위의 열기가 서로를 향해 곧장 걸어오는 그림이에요. 타고난 성향은 쇠가 나무를 누르는 구도이고, 배우자 자리의 쥐(자)와 말(오)은 서로 정면으로 부딪히는 사이(자오충)예요. 서로 묶이는 짝은 없는 대신 서로의 존재가 유난히 선명하게 들어오는 조합이라, 핵심은 부딪힘 자체보다 누가 먼저 어떤 첫마디를 꺼내느냐예요.
만나면 끌리는 점
갑자에게 경오는 나를 다잡게 하는 사람이라, 갑자는 약속 시간과 말의 앞뒤를 분명히 하는 경오 앞에서 스스로를 한 번 더 다듬고 싶어져요. 경오에게 갑자는 크게 품어 주고 싶은 사람이라, 경오는 곧게 위로 뻗는 갑자를 보며 닫혀 있던 판이 한 칸 넓어지는 느낌을 받아요. 서로 편하기만 한 사이는 아니어서 ‘왜 자꾸 눈이 가지’ 싶은 끌림이 먼저 와요.
배우자 자리의 만남은 뜻밖에 말문을 열어 줘요. 속내를 좀처럼 꺼내지 않는 갑자도, 감정이 올라오면 표정부터 굳던 경오도 서로 앞에서는 평소보다 말이 나와요. 갑자는 볕이 쏟아지는 경오 곁에서 ‘사실은 그날 기대고 싶었어’ 같은 말이 의외로 쉽게 나오고, 경오는 물가의 나무 곁에서 굳은 표정을 풀고 속말을 꺼내요.
부딪히기 쉬운 점
부딪히는 자리는 뿌리 쪽 찬 물(자)과 바위 위로 쏟아지는 열(오)이 서로를 향해 곧장 걸어오는 모양이에요. 기색을 먼저 읽고 삼키는 쥐처럼 갑자는 서운함을 안으로 눌러 두었다가 한꺼번에 꺼내고, 곧장 달리는 말처럼 경오는 서운함을 돌려 말하지 못해 바로 짚어 버려서, 같은 다툼에도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각에 들어와요. 약속 시간에 늦은 갑자에게 경오가 굳은 얼굴로 ‘왜 늦었어’ 하고 직설을 던지면, 갑자는 대답 대신 덮어 두고 며칠 뒤 묵은 서운함을 줄줄이 꺼내요. 그 며칠 사이 경오는 갑자의 침묵을 무심함으로 읽고 갑자는 경오의 직설을 통보로 읽어서, 둘 다 자기가 먼저 서운했다고 믿게 돼요.
두 사람 모두 배우자 자리에서 말문이 열리는 사이라 날 선 첫마디가 양쪽에서 먼저 나오기 쉬워요. 거기에 갑자에게는 경오의 굳은 표정이 압박으로 읽히고, 경오는 갑자가 덮어 둔 마음을 몰랐다는 사실에 억울해져요. 쇠가 나무를 누르는 구조라 갑자 쪽이 먼저 움츠러들기 쉬운데, 아까 말투가 세게 들렸다는 한 줄을 그날 안에 서로 건네는 쪽이 묵은 서운함이 쌓이기 전에 풀려요.
연애할 때
사귀기 시작하면 경오는 ‘토요일 여섯 시, 서점 앞’처럼 시간과 장소를 못 박는 쪽이고, 갑자는 자기 말이 도중에 끊기지 않는 자리에서 마음이 풀려요. 약속이 정확히 지켜지는 날 경오의 굳은 표정이 풀리고, 경오가 갑자의 긴 이야기를 끊지 않고 들어 주는 날 갑자의 어깨가 내려가요. 갑자는 곁에서 받쳐 주는 사람이 있을 때 마음이 놓이고 경오는 기준이 분명할 때 반듯하게 서는 사람이라, 이 연애는 경오가 기준을 세우고 갑자가 그 안에서 마음 놓고 이야기하는 모양이 되기 쉬워요.
문제는 서운함의 신호예요. 갑자는 기대고 싶은 날일수록 아무 일 없는 얼굴을 하고, 경오는 서운함을 돌려 말하지 못하고 짚어 버려요. 갑자가 ‘괜찮아’ 대신 ‘괜찮은데 조금 서운해’ 정도로 한 칸만 솔직해지고, 경오가 표정이 굳기 전에 ‘지금 좀 올라왔어’ 하고 온도를 알려 주면 충돌이 한결 짧아져요.
결혼하면
결혼해서 한집에 살면 경오는 약속과 일정을 분명하게 세우고, 갑자는 그 틀 안에서 배운 것을 자기 방식으로 키워 가요. 이사나 이직을 함께 결정할 때는, 결론을 빨리 정하려는 경오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갑자의 속도 차이가 드러날 수 있어요. 큰 결정은 경오가 결론을 먼저 말하기보다 선택지 두 개를 건네고, 갑자는 하루쯤 정리할 시간을 갖는 순서로 하면 부딪힘이 줄어요.
헤어진 뒤 다시 만난다면
다시 만나도 서로 묶이는 짝은 없고 부딪히는 자리가 걸린 사이라 재회의 끌림은 편안함보다 선명함에서 와요. 경오가 약속 날짜를 못 박아 연락하면 갑자는 오래 눌러 둔 마음이 한꺼번에 올라와 답이 늦어질 수 있어요.
경오의 직설과 갑자의 쌓아 둔 서운함이 이별 이유였다면, 다시 만난 첫날 갑자가 묵은 서운함을 한 가지만 먼저 꺼내고 경오는 그 말에 바로 답하기보다 ‘들었어’ 하고 받아 두는 순서가 도움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