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와 갑오는 둘 다 곧게 뻗는 큰 나무인데, 한 그루는 물가에 뿌리를 내렸고 한 그루는 한낮 볕 아래 서 있어요. 타고난 성향이 같은 큰 나무라 닮은 점이 많은데, 배우자 자리의 쥐(자)와 말(오)은 한밤과 한낮으로 마주 보는 사이(자오충)예요. 키가 닮아서 통하는 순간과 뿌리 쪽 온도가 정반대라 어긋나는 순간이 둘 다 선명한 조합이에요.
만나면 끌리는 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같은 편이라, 거울 앞에 선 듯한 편안함이 있어요. 갑자는 한번 정한 방향으로 꾸준히 밀고 가는 갑오를 보며 나를 보는 듯하고, 갑오는 쉽게 휘지 않는 갑자를 알아보고 안심해요. 위로 곧게 크는 나무끼리라 목표를 꺼내면 ‘그거 되겠다, 해 보자’가 빨리 나오고,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집이 어디서 나오는지 아는 사이예요.
배우자 자리로 내려가면, 늘 괜찮다고 넘기던 갑자도 갑오 앞에서는 혀끝에 걸려 있던 ‘그 얘기는 나도 하고 싶었어’ 하는 말이 한낮 햇살처럼 거침없이 풀려 나와요. 갑오가 앞뒤 없이 쏟아낸 말도 갑자는 끝까지 들어 주고, 그 덕에 갑오는 물가에 앉은 듯 마음이 가라앉아요.
부딪히기 쉬운 점
발밑으로 내려가면 부딪히는 자리가 있어요. 쥐(자)는 한밤의 물이고 말(오)은 한낮의 불이라, 같은 나무인데도 뿌리가 먹고 자란 기운이 정반대예요. 같은 큰 나무끼리는 서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데 여기에 박자까지 달라서, 의견이 갈리면 갑오는 말로 먼저 밀고 가고 갑자는 입을 닫은 채 속으로 버텨요. 곧은 나무 둘이 서로 먼저 굽히기를 기다리는 모양이라 메뉴 하나가 ‘누가 맞춰 주느냐’로 번지는 날이 있어요.
갑오는 말이 먼저 나가고 나서 자기가 한 말을 다시 떠올리는 편이고, 갑자는 들은 말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서운함이 쌓인 뒤에야 꺼내는 편이에요. 그래서 갑오에게는 이미 지나간 일이 갑자에게는 이제 막 시작된 이야기라서, 갑오가 ‘그걸 왜 이제 말해’ 하고 놀라면 갑자는 더 닫혀요. 둘 다 원칙이 분명한 나무라 누가 틀렸는지 가리기보다 말을 꺼내는 시점이 다르다는 걸 알아 두는 쪽이 덜 지쳐요.
연애할 때
연애에서 갑오는 영화관을 나오면 마음에 남은 장면부터 쏟아내고, 갑자는 그 말을 끊지 않고 들으며 자기 차례를 기다려요. 마음을 말로 내보내는 데 거침없는 갑오와 그 말을 받아 내는 데 익숙한 갑자라서, 말하는 쪽과 받아 주는 쪽이 자연스럽게 나뉘어요.
어긋나는 지점은 역할이 굳을 때예요. 갑오만 늘 말하고 갑자만 늘 들으면 갑자에게는 못 한 말이 쌓이고, 갑오는 상대의 속을 모르는 채 신나게 걸어가는 사람이 돼요. 한 달에 한 번쯤 갑자가 ‘오늘은 내 얘기부터 해도 돼?’ 하고 차례를 가져오면 갑오가 답답해하던 침묵의 이유가 풀리고, 갑오가 ‘방금 말이 세게 나갔네’ 하고 먼저 짚어 주면 갑자의 서운함이 쌓일 틈이 줄어요.
결혼하면
같이 살면 두 사람 다 원칙이 분명해서 집 안에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이 둘이 돼요. 분리수거 요령이나 설거지 순서 같은 사소한 일에서 누구 방식을 따를지 정해지지 않으면 말없이 서로 다시 하게 돼요. 같은 큰 나무끼리의 집은 영역을 나누면 오히려 편해서, 거실은 갑오가 정하고 서재는 갑자가 정하는 식으로 맡는 곳을 가르면 부딪힘이 줄어요.
큰일 앞에서는 부딪히는 자리가 더 크게 드러나요. 갑오는 결정이 나면 바로 움직이려 하고 갑자는 뿌리가 닿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서, 명절 일정이나 이사처럼 가족이 걸린 일에서는 속도가 어긋나요. 갑오가 결정하기 전에 선택지를 말해 두고 갑자가 ‘이틀 뒤에 답할게’ 하고 날짜를 못 박으면, 서두르는 나무와 버티는 나무가 같은 쪽을 보고 서요.
헤어진 뒤 다시 만난다면
다시 만난다면 마지막으로 오간 말이 열쇠예요. 갑오는 이별 즈음 세게 나간 말을 혼자 곱씹으며 후회하는 편이라, 먼저 연락한다면 사과를 길게 하기보다 ‘그때 내가 하려던 말을 다시 정리해 볼게’ 하는 쪽으로 시작해요.
갑자는 마음을 접었어도 그 뜻을 바로 드러내지 않을 수 있어요. 답이 늦거나 짧다는 이유만으로 재회할 마음을 짐작하기보다, 다시 얘기할 의사가 있는지 답을 듣는 편이 좋아요. 둘 다 곧은 나무라 ‘누가 먼저’를 따지기 시작하면 같은 자리에서 멈추니, 먼저 연락한 쪽이 그때 못 했던 말부터 꺼내고 각자 잘못한 부분은 따로 인정하면, 사과가 먼저 굽힌 사람의 몫으로 굳는 일을 줄일 수 있어요.